자신을돌아보다

나는 그 도시의 밤을 보았다.

*얼음날개* 2012. 8. 30. 10:28

작성일 : 2009-08-23 04:39


서울에 갔다. 그다지 좋지 못한 일이 아직 앙금이 되어 마음에 가라 앉아있는 채로.
그 도시에는 처음이 아니다. 강원도에서 스무번 가까이 왕복한듯 싶다. 아니, 어쩌면 스무번째 일지도 모른다. 아홉달이나 살아본적도 있다.

그 도시는 그만큼 내게는 멀리 있긴하되 영 어색하지 않은 그런 곳.
그러나 그곳의 단면만 알고 있었다는 것. 그걸 깨달았다.

문병을 갔다.  도착하기까지 한참을 헤맸다. 지하철만 타서 지상을 다녀 본 적이 손 꼽을 정도다. 지방민은 지하철에 익숙하다. 그래서 더욱 헤맸다. 미로같은 길. 출구는 과연 있는 것일까?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그 분은 왠지 모르게 이상한 곳에 있는 듯 했다. 병동이 다 차서 그곳밖에 자리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 눈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곳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그곳에 아이들이 있었다. 작은 아이들, 아이들은 그렇게 작은팔에 바늘을 꼽고 다녔다.
아직 어린데.... 가슴이 아파온다. 그런 아이들이 하나 둘도 아니고 건물 전체에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진 듯 하다.

병원을 나와서 식사를 했다. 신촌은 지나가 본적도 없는 곳.
첫 인상은 왠지 가슴이 답답했다. 서울에서 느껴본 적없는 답답함. 그리고 고독.
수많은 사람들 수많은 얼굴들 수많은 불빛들. 서울의 밤은 그렇게 내게 외로움과 답답함을 주었다. 왜인지 모른다. 내가 살던 곳에서 보던 것인데, 그것보다 많은 것 뿐인데 말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온 거리엔 온갖 악취로 가득찼다.
속을 비워내는 냄새들이 코를 찌른다. 거대한 잔반통에 있는 듯한 기분.
그들은 왜 그렇게 마셔대고 속을 비워대고
그렇게 진한 분칠로 자신의 본 얼굴을 감춘 채 무언가를 향해 손을 흔들어 대는가.

미로 같은 도시에 복잡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밤이 깊어도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사람사는 곳이 다같아도 쉽게 볼 수 없는 것들.

그 도시는 복잡하고 쓸쓸했다.

나는 그 도시의 밤을 보았다.

덧말
타지에 사는 내가 뭘 알겠는가
그냥 본 감상을 여기에 적을 뿐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도 고독하다. 외롭다. 쓸쓸하다.
아아... 가을을 타나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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